암울한 현실을 마주한 시인의 비탄을 노래했다. 옛사람 혹은 미래에 올 어떤 인물, 그는 아마도 인재를 알아보는 명군이거나 아니면 그 명군을 보좌하여 마음껏 자신의 웅지를 펴는 영웅일 것이다. 하지만 망망한 천지 그 어디에도 자신을 인정해 주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으니 시인은 암담하기만 하다. 춘추전국시대 연(燕)나라 소왕(昭王)은 제(齊)나라가 침공해 오자 천하의 인재를 영입하는 데 주력했고, 병법에 능통했던 낙의(樂毅)를 발탁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. 그 유적지가 바로 유주대, 지금의 베이징(北京) 일대다.
시인은 아마도 낙의의 영웅적 기개를 자임했을 것이고 또 소왕 같은 명군의 부재에 낙담했을지 모른다. 재능은 있으되 현실 정치로부터 소외되었던 역대 문인들이 이 시를 애송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. 대개 시에서 금기시하는 지(之), 이(而) 같은 허사도 피하지 않았고, 1구 5언의 고정된 격식도 허물었다. 소외의 상처를 드러내고자 파격마저 감수한 것이리라.
퇴계 선생의 ‘도산십이곡’ 중에 이 시와 발상은 비슷하지만 주제는 판이한 시조가 있다. “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봬. 고인을 못 봬도 예던 길 앞에 있네. 예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예고 어쩔꼬.” ‘예다’는 ‘가다’의 옛말이다. 옛사람을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을 피력한 건 진자앙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. 하지만 퇴계는 옛사람이 이미 아득한 과거로 사라졌어도 그 자취가 남아 있다는 데서 희망을 찾는다. “예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예고 어쩔꼬”는 옛사람이 실천했던 대도를 충실히 따르리라는 각오다. 절망감에 그저 눈물만 흘렸던 진자앙과는 사뭇 대조적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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