먹 냄새 마르지 않는
간찰 한쪽 쓰고 싶다
자획이 틀어지고
글귀마저 어둑해도
속뜻은 뿌리로 뻗어
물소리에 귀를 여는.
책갈피에 좀 먹히다
어느 밝은 눈에 띄어
허튼 붓장난이라
콧바람을 쐴지라도
목숨의 불티같은 것
한자라도 적고 싶다.
이 고풍스러운 작품은 이근배 시인의 것이다. 이 시인은 1960년대에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비롯해 총 다섯 번 신춘문예에 당선된 바 있다. 한 번 당선되기도 어려운데 다섯 번이라니, 그가 세운 최다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. 그 외에도 이근배 시인의 비상함에 대한 일화는 퍽 많다. 읽은 작품을 외워 버리는 기억력, 전통 문화에 대한 애정, 한학에 대한 지식 등 박학을 자랑하는 지식인이나 문인들 사이에서도 이근배 시인은 독보적인 존재다.
이 시인만큼 추사를 사랑하는 시인을 찾기 어렵고, 이 시인만큼 전통 문인의 유풍에 밝은 시인을 찾기도 어렵다.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찾기 어려울 것이다. 현대 사회에서 전통이란, 이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박물관에서나 찾을 수 있는 유물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.
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근배 시인의 ‘간찰’이라는 시는 더욱 의미 있게 읽힐 수밖에 없다.
간찰이란 편지를 의미한다. 우리는 종이 위에 편지를 쓰고, 더 자주는 이메일로 편지를 쓴다. 그런데 예전에는 죽간, 종이, 비단 위에 글을 적어 친구와 가족, 친지들에게 보냈다. 시간을 들여 먹을 갈았고 그 먹을 찍어 한 글자, 한 글자 간절하게 적었다. 획마다 마음을 담았고, 긴박함을 담았고, 바람을 담았다. 그러니 간찰은 단순한 의미 전달 수단이 아니라 마음과 의지와 영혼을 담는 그릇이었다.
예전 간찰이 담았던 그 곡진함은 지금 어디 있을까. 이 시는 많고 빠른 것보다 진정성 있는 한 글자를 희망한다. 과거 간찰이 상징했던 것처럼 간절한 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. 남이 비웃든 말든, 내면의 진정성을 담는 행위가 인간과 삶과 문학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시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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