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
숟가락 하나
놋젓가락 둘
그 불빛 속
딸그락거리는 소리
그릇 씻어 엎다 보니
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
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
엎었다
되집을 수 있을까
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
방금 깨진 접시 하나
이 시는 ‘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’는 말로 시작된다. 혼자 먹는 밥은 정말 쓸쓸한가. ‘혼밥’이 흔해진 요즘은 헷갈린다. 과연 이것은 쓸쓸해도 되는 것인가, 아니면 당연한 것인가. 만약 쓸쓸하다고 말한다면 치열하지 못한 사람이 될 것만 같다. 뛰어가며 밥을 먹어야 하는 누군가에게는 쓸쓸함이 사치일 수도 있다. 쓸쓸하면 뭔가 지는 것 같아서, 다시는 씩씩해지지 못할 것 같아서 혼자 꾹 눌러보려고 할 때 이 시는 일종의 대답이 되어 준다. 송수권 시인은 혼자 먹는 밥은 퍽 쓸쓸하고, 인생은 더 쓸쓸한 거라고 말한다.
저 시가 태어난 날을 생각해 보자. 시는 2006년에 발표되었는데 그때라면 시인이 퍽 나이 든 노인일 때다. 혼자 산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혼자 먹는 밥이 익숙해 보인다. 끼니가 되면 밥을 챙겨 먹었고 자연스럽게 설거지까지 해 놓았다. 시인이 막 저녁밥을 치우고 돌아설 찰나였다.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방금 엎어놓은 밥그릇. 시인은 거기서 무덤을 보았다. 엎어놓으면 무덤, 다시 집어 사용하면 밥그릇. 겨우 이 한 끗 차이가 우리네 삶과 죽음을 가르고 있었다.
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생의 밥그릇을 대할 수 있을까. 밥그릇을 보고 삶과 죽음을 생각하니 시선은 저절로 먼 곳으로 향한다. 이제 혼자 먹는 밥의 쓸쓸함은 무럭무럭 자라 더 큰 쓸쓸함이 되었다. 시인의 복잡한 심사를 알아주는 것은 저 그믐달뿐이다.
쓸쓸함은 잘못이 아니다. 그것은 특별히 나약한 개체의 표시가 아니다. 이 시에 따르면 인생은 하나의 밥그릇 같은 것, 원래부터 그 안에는 쓸쓸함이 들어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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