산을 오르다가
내가 깨달은 것은
산이 말이 없다는 사실이다
말 많은 세상에
부처님도 말이 없고
절간을 드나드는
사람도 말이 적고
산을 내려오다가
내가 깨달은 것은
이들이 모두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
말이 없는 세상에
사람보다는
부처님이 더 말을 하고
부처님보다는
산이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
한성기 시인은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생애의 대부분을 대전 지역에서 보냈다. 생애의 주거지는 충청이라는 장소에 국한됐으나 그의 시는 한 지역에 국한돼 있지 않다. 특히 ‘역’이라는 작품이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. 노래로도 만들어졌고 시 낭송도 많이 된다.
사실 한 시인은 지금보다 대표작이 더 여럿 꼽혀도, 더 많은 시가 널리 알려져 있어도 될 만한 시인이다.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시는 깨끗하고 소박하다. 뭔가 무리해서 얻기보다 참고 인내했던 사람이라는 느낌이 온다. 순수하게 시를 위해 정진했던 시인.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작품이 더 읽힌다면 좋지 않을까.
지금은 작고하신 김규동 시인이 한 시인의 대표작으로 뽑은 작품이 바로 ‘산·2’이다. 30년 전쯤에 김 시인이 한국 현대시의 80년을 대표하는 시인들을 고르고, 그 시인들의 대표 시들을 또 골라서 편찬한 책이 있었는데 거기서 이 시를 소개했던 것이다. 김 시인은 이 시가 ‘목에 힘을 주고 말하는 시’가 아니어서 좋다고 소개했었다.
과연 읽어보니 자연스러운 가운데 진실이 담겨 있어 잔잔한 울림을 전해온다. 산이 말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. 사람들 사이의 거짓된 말을 산은 모른다.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산이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. 산이 하는 많은 말은 사람의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말이 아니라 진실의 메시지이다. 귀로 들리지 않고 마음으로 들리는 말. 한 시인은 이런 말을 찾고자 오래도록 둑길이며 밭길을 걸었다고 한다. ‘산·2’는 과연 시란 무엇이고 시인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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