너를 생각했지
풀잎 하나를 보고도
너를 생각했지
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
이 세상에 없어
너를 생각하는 것이
나의 일생이었지
―정채봉(1946∼2001)
처음, 이 시는 강렬하지 않다. ‘언어의 조탁’이라고 해서 시는 갈고닦는 작업을 중시하는데, 이 시의 조탁은 특이하지 않다. 어조도 강하지 않다. 무던히 시작하여 덤덤히 끝난다. 그렇다고 단어의 선별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. 너, 나, 모래알, 풀잎. 여기에 우리가 모르는 단어는 한 개도 없다. 그러나 읽은 후에는 상황이 바뀐다. 흔하디흔한 단어만 썼는데도 시가 남기는 울림이 강력하다. 왜냐하면 이 시는 일생 자체를 걸고 나왔기 때문이다. 일생의 무게만큼 무거운 것은 없다.
우리는 ‘나는 소중하다’고 배우고 실제로도 나는 소중하다. 어찌나 소중한지 다른 것들의 소중함을 잊을 정도다. 현대사회의 수많은 책은 나 홀로 소중해지기 위해 애쓰라고 충고한다. ‘나는 소중하다’라는 말을 ‘나만 소중하다’고 바꾸는 데는 조사 하나만큼의 수고만 있으면 된다. 그렇지만 이 차이는 매우 크다. 다시 말해 정채봉 시인은 현대의 대세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. 네가 내 인생이라는 말은 나를 없앤다는 것이 아니다. 같이 만든다는 이야기다.
시인이 세상을 뜬 지 20년이 넘었고 그는 이제 없다. 그러나 정채봉의 마음은 곳곳에 있다. 새 학기를 맞이하여 우리의 아이들은 씩씩하게 학교로 갔다. 봄이 오기 전부터 봄이었던 아이들을 학부모들은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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